점점 읽을만한 글이 줄어들고 있는 올블로그

카테고리 : blog  |  작성일자 : 2008. 2. 11. 12:08  |  작성자 : 점프컷
"시간이 해결해 줄거야" 라는 말은 실의에 빠져있는 남녀에게 상투적으로 사용할때는 성의없는 위로일 수도 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말을 들려준다면 꽤나 근사한 말이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돼, 시간이 지나면 점점 좋아져

인터넷 커뮤니티의 장점 중 하나가 특정 수준에만 도달한다면 그뒤로 부터는 자연적으로 굴러가게 되어있죠. 초기에 사용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어느정도 사용자만 확보하면 사용자들끼리 치고 받으면서 계속적으로 커뮤니티를 이끌어가고 성장시켜 나갑니다.

운영자는 이걸 돈으로 어떻게 전환 시키지? 트래픽을 어떻게 감당하지? 하는 행복한 고민만 하면 됩니다.

실제로 정말 돈이 안될거 같은 커뮤니티들도 트래픽을 포털에서 감당해 주든지 혹은 큰돈은 아니지만 제법 쏠쏠한 값으로 팔려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속성때문에 포털들이 인터넷 생태계를 접수해버린 와중에도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대형 커뮤니티들은 건재할 수 있었던거죠.(아니 커뮤니티 외에 살아남은 사이트들이 딱히 없는게 우리의 인터넷 현실이죠)

올블로그와 같은 사이트도 사용자들의 참여가 중요하고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게 작용하는 서비스이기에 일단 사용자들을 선점한 지금의 위치로만 보면 올블로그의 미래는 장미빛이다고 전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올블로그가 만일 시간을 자기편으로 돌리지 못한다면 장미빛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습니다.

올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지가 1년정도 됩니다. 개인적인 느낌일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읽을만한 글들이 우선적으로 노출 되지 못합니다.

이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올블로그에 참여하는 블로거들이 대중화가 되었다는데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100개의 글이 올라오면 이 중 10%인 10개의 글들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블로그 참여자의 대중화로 인해서 현재는 1,000개의 글이 올라온다고 할때 이 중에서 읽을만한 글들이 100개가 되어야 하는데 이 수치에 턱없이 모자랍니다.

이는 초기에 블로고스피어를 개척한 블로거들과 이미 닦여진 길을 상대적으로 편하게 이용하는 블로거(저 역시도 여기에 속하지만)들의 수준을 동일하게 놓고 볼 수는 없겠죠. 그러니 대중화가 될 수록(막말로 개나소나 블로그 만들어버리니) 읽을만한 포스트의 비중이 낮아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럼 이에 맞추어서 올블로그에서 노출이 우선되는 포스트를 찾아내는 시스템이 진화되어야 예전의 비율을 맞출 수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의 발전이 답보 상태로 머무르고 있고 블로그 참여자들이 대중화 되었기에 점점 읽을만한 글들이 적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현재의 추천시스템과 참여자들이 선택하는 이슈 시스템(메인에 키워드 4개 뽑는 블로고스피어는 지금)이 이대로 계속 간다면 시간을 우리편으로 만들 수 없다는 말입니다.

아니 커뮤니티는 그냥 손놓고 있어도 발전한다며?

근데 왜 올블로그와 같은 커뮤니티(블로거들의 커뮤니티죠)는 이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거야?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게시판 하나로 이루어지는 커뮤니티와 블로그 기반의 커뮤니티의 차이점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게시판의 경우는 시간순으로 노출이 보장됩니다. 일단 올라오는 글들은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최소한 제목이라도 한번씩 다 봅니다. 그러나 올블로그와 같은 사이트에서는 시간순으로 노출시키기에는 너무나 많은 포스트들이 쏟아집니다.

그러니 일단 이슈에 동참하지 않으면 참여자들에게 평가받을 기회조차 가지기 힘든 환경입니다. 물론 채널로 확장을 해나가면 이 부분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그렇다는 거죠.

첫번째 문제점은 이슈에 동참하지 않는 좋은 글들이 최소한의 노출기회를 가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보통 이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참여자의 선택으로 양적으로 결정하게 되니 가볍게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보다 더 큰 차이는 블로고스피어는 자정능력이 부족합니다. 블로그는 게시판의 아이디보다 생성하기도 힘들고 아이덴티티가 강하게 작용하는 공간이기에 이미지 관리상으로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블로그를 발견해도 뭐라하기 주저하게 되죠. 게시판에도 꼭 찌질되는 유저들이 항상 있지만(오히려 더 많죠) 나름 그 게시판을 이끌고 있는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다구리를 놓거나 방법해버립니다.^^; 나름 성공한 커뮤니티에는 이런 적극적인 사수대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블로그는 올블로그와 같은 커뮤니티 참여가 블로그 운영목적의 전부가 아니기에 이미지 관리를 신경쓰지않고 싸움닭이 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무시는 할 수 있고 좋은 글을 추천할 수는 있지만 찌질한 글들을 걸러내는 보다 적극적인 필터링 능력은 커뮤니티에 비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죠.

사실 올블로그가 망해도 자기 블로그가 망하는건 아니거든요. 그러나 게시판이 망해서 없어져 버리면 자기 아이디와 지금까지 써놓은 글들, 그간 커뮤니케이션하던 벗들도 함께 날라가죠. 한마디로 주인의식이 틀리다는 겁니다.

이런 환경적인 차이로 인해 착한 블로거 컴플렉스를 야기시키고 이는 블로고스피어의 자정능력을 떨어뜨리기에 시스템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블로거에게 아무리 매너를 강조하고, 추천제도의 참여에 동참하라고 하더라도 이런 호소가 먹히는데 한계가 있는 환경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Posted by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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