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독설 전성시대

카테고리 : 잡담  |  작성일자 : 2008. 2. 21. 15:51  |  작성자 : 점프컷
최근 숭례문사건에 대한 일갈을 비롯해서 인터넷 전반에 진중권의 글들이 계속 퍼날라지면서 진중권 전성시대라고 할만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진중권 팬의 한사람으로 나름 흐뭇하기도 하고해서 간단하게 진중권의 책들과 이슈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흔치 않은 스테디셀러 "미학 오딧세이"

미학 오디세이 세트(전3권)(작가노트 포함) 상세보기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미학에 대해서 쉽게 풀어 설명하여 미학의 대중화를 이끈 교양서 <미학 오디세이>. 에셔와 마그리트, 특이한 두 명의 화가를 함께 제시하면서 작가 특유의 재담을 곁들여 이끌어가는 1, 2권과 벤야민, 하이데거, 푸코, 데리다, 들뢰즈 등 탈근대의 관점에서 미학을 소개하는 프랑스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3권을 묶어 세트로 출간하였다. <미학 오디세이>에 대한 '작가노트'를 함께 제공한다.

진중권이 유학가기전에 썼다는 책인데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팔리고 있는 스테디셀러입니다.

미학 입문서라곤 하지만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저자가 쓴 다소 무거운 인문학책이 대중적으로 이렇게 널리 읽혀지는 케이스가 있을까? 생각될만큼 진중권 개인에게도 우리 인문학에도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책입니다.

진중권을 싫어하는 이조차도 이 책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을 정도로 탈 진중권 성격을 지니면서, 동시에 진중권의 독설의 근간이 되는 책이라고 할까요?

제 책장에도 오래전부터 꽂혀있고 간간히 읽혀지고 있는 책입니다. 주로 화장실에서 읽혀지고 있습니다.^^;

진중권 입문서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 상세보기
진중권 지음 | 개마고원 펴냄
최근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박정희 신드롬을 주도하면서 그를 영웅시하는 작가 이인화와 <조선일보>기자 조갑제의 박정희 신화만들기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한편 이문열의 <<선택>>에서 보여지는 가부장 독재를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다.

미학 오딧세이가 대중에게 널리 읽혔지만 본격적으로 진중권이라는 이름을 알린 책은 이 책인거 같습니다. 저도 그렇고 많은 팬들이 이 책을 통해서 진중권을 알게되었고 그의 독설에 풍덩 빠지게 만든 계기가 된 책이죠.

미학자 진중권과 독설가 진중권은 어느정도 구분 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학 오딧세이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가 이 책을 읽고 당황하는 모습도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고 반대로 미학 오딧세이를 그냥 그렇게 읽다가 이 책에 필이 꽂힌 독자들도 많습니다. 이 책은 독설가 진중권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소개한 책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책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조갑제의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도 전략적으로 보면 꽤나 잘 쓴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부터가 센스짱입니다. 박정희 신화론에 대한 비판을 가장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은데, 이걸 읽으면 열받지만 이건 정면으로 비판하면 할 수록 왠지 손해보는 기분이 들게하는 책이죠.

이 갑갑한 상황에서 진중권이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로 응수해 통쾌하게 한방 날려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 패러디 문학의 최고봉으로 이 작품을 꼽고 싶습니다. 진중권을 세상에 알린 책이지만 아직도 이 책은 저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학 오딧세이 만큼 충분히 미학적인 책입니다.

디워논쟁의 가장 큰 수혜자

미학 오딧세이 때까지만 해도 책은 인기있었지만 진중권이라는 이름은 듣보잡이었고,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역시도 그렇게 대중적인 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진중권 팬들이 제법 있었지만 여전히 그가 하는 말들은 일반 대중들에게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죠.

그러나 그간 방송에 자주 출연하면서 방송내공까지 쌓은 진중권이 100분 토론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책이 아무리 잘 나간들 논란의 시발점이 된 공중파 방송의 출연에 따른 홍보효과와 비교할 순 없겠죠. 물론 "디워 논쟁" 이전에 "황우석 파동"이 있었지만 황우석때는 MBC가 선빵을 맞는 바람에 진중권은 그만큼 어필하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죠.

덕분에 수많은 안티를 만들었지만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알렸다는 점과 안티수 이상의 팬들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전혀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러기에 혹자들은 진중권이 의도적인 낚시를 했다고 비판하기도 하죠.

저야 뭐 팬이니까 디워사건때도 그의 진정성을 믿는 입장입니다. 파시즘에는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건(디원 논쟁이 해석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파시즘적 현상이 일어났었죠) 그의 지난 글들과 그가 살아온 여정이 충분히 증명해 주거든요.

독설의 수요를 창출해 버린 이명박

그가 아무리 똑똑하고 바른말을 한다손 치더라도 온정주의가 강조되는 우리 정서에는 여전히 불편한 지식인입니다. 디워 논쟁때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을 반대한게 아니라 그가 토론하는 방식이나 태도를 비판했죠. 팬인 저조차도 이건 좀 심한거 아냐?(단지 비쥬얼에 호평을 한 어느정도 중립적 위치에 있는 디워팬들까지도 싸잡아 자극해 버렸으니) 하는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죠.

독설은 정확한 포지션에 위치하여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가려내는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기는 힘듭니다. 마케팅에서 이런 말이 있죠. 설득은 논리가 아니라 감성으로 하는 거라고...

특히 감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에는 독설이 대중적으로 사랑받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독설가 중에서 대중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도 없구요.

그러나 이명박의 등장으로 이 전통이 깨져버립니다.

그와 인수위가 쉴새없이 쏟아내는 어처구니 없는 정책들로 인해서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는 극에 다달았습니다. 아마추어리즘과 뻔뻔함 그리고 언론의 애널리즘 3박자가 맞아 들어가면서 대중들의 분노는 밋밋한 비판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죠.

인수위의 영어정책만 봐도 너무 어이없어서 뭐라 할말을 잊어버립니다. 이때 필요한건 진중권의 시원한 일갈이죠.

진중권의 독설이 대중에게 이렇게 사랑받게 만든 가장 큰 공신으로 단연 이명박을 꼽고 싶습니다.
Posted by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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