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反轉) 영화에 대한 잡담

카테고리 : movie  |  작성일자 : 2008. 3. 25. 12:31  |  작성자 : 점프컷
허지웅님의 블로그 범인은 절름발이를 읽고 끄적거려 봅니다.(봄도 되고 했으니 좀더 가벼운 포스팅을 위해서 앞으로 끄적거리는 글을 좀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반전(反轉)영화라고 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해당 포스트에 반전영화에 대한 언급이 아래와 같이 나오는데...

그리고 1995년 <세븐>이 있었다. 박스 안에 뭐가 있었다고? 데이빗 핀처가 선사한 이 놀라운 서사의 충격은 ‘반전’이라는 이름으로 관객의 절대적 유흥거리가 됐다. 다음 해에는 <유주얼 서스펙트>가 등장했다. 범인은 절름발이였다. 1999년에는 M. 나이트 샤말란의 <식스센스>가 기어이 반전 스릴러 장르의 역사를 새로 쓰고야 말았고, 이들을 전후로 수많은 아류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정확히는 식스센스 이후로 쏟아지는 수많은 아류 영화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세븐은 잘 모르겠고(이게 기막힌 반전이 있었었나? 기억이 가물가물...), "유주얼 서스펙트"와 "식스센스"는 당시 상당한 충격을 받은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이들 전후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아류들에 대해서는 그닥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유주얼 서스펙트"와 "식스센스"에서 보여준 반전은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했지만 이게 현대영화의 흐름을 바꿀 정도일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구요. 그러나 영화팬들은 반전(反轉)에 열광하고 요즘 나오는 영화들은 어느정도 반전이 없으면 시시한 영화로 비쳐지기까지 하니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꽤 호평을 받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도 꽤나 근사한 반전이 있는 영화죠. 전 가능한 영화를 볼때 사전정보를 최대한 피할려고 합니다. 단지 스포일러에 대한 반감이 아니고, 영화의 재미를 스스로 찾아볼려는 적극적인 영화보기의 한 방편으로서 말이죠. 그래서 스포일러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평가들도 영화를 보기전에는 가능한 피합니다. "좋은지 안좋은지는 내가 평가할거야..." 뭐 그런 주의죠. 물론 보고나서는 나의 평가와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맞춰보는 재미는 거부하지 않습니다.

어쨋든 이런 영화감상 습관 때문에 좋다는 거의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감상했었는데, 첨에는 신파극인줄 알았습니다. 저러다 뭐 여주인공 죽겠지,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무슨...말안해줘도 다 알겠구만...하면서 삐딱하게 보았죠. 그러니 더 영화의 단점이 보이더군요. 자연스럽지 못한 남녀 주인공들의 대화와 감정의 흐름, 도대체 왜 저런 밋밋한 상황에서 서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는거야? 이 감독 앞으로 로맨스 만들기는 글러먹었다...면서 계속 삐딱한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반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말이죠.

반전은 대단히 쇼킹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안 사실이지만 주걸륜이라는 녀석이 북치고 장구친 영화더군요. 그래서 참 대단한 넘이 나왔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 뿐이었습니다. 이영화를 만든 주걸륜이라는 인물에는 주목 했지만 영화 자체는 글쎄요...였습니다. 반전은 훌륭했지만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보라고 하면? 정말 왠만큼 무료하지 않는 한 다시 볼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전 영화를 평가할때 "몇번이고 다시 볼만큼 재미 있었나 없었나?"가 아주 중요한 기준 중 하나입니다. 이런 평가기준을 적용하면 "말할 수 없는 비밀"는 꽤나 근사한 반전이 있는 영화였지만 그 뿐이었다는거죠. 그닥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든 영화입니다. 반전은 훌륭했지만 여전히 두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알콩달콩하고 애틋한 로맨스에 그다지 공감을 할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비해서 영화를 덜 보게 됩니다. 특히 헐리우드 웰 메이드 영화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다 섭렵해야 성이 차는 헐리우드 키드였었는데(근데 왜 "점프컷"이고, "네멋대로 써라"는 블로그 제목을 붙혔는지는 따지지 마세요ㅠㅠ) 언젠부터인지 헐리우드 영화에 관심이 줄어들었습니다. 아니 헐리우드 영화들이 예전만큼 재밌지 않았습니다.

물론 먹고살기 바빠서 문화생활 자체가 줄어든 이유가 더 크지만, "이들을 전후로 수많은 아류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는 타이밍과도 대충 맞아 떨어지는거 같습니다.

쓰고보니 스포일러를 뱀같이 보는 풍경이 단지 관객의 소비성향 변화 때문만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스토리텔링에만 관심가지는 관객이 늘어난 것 또한 더이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힘들어 "수많은 아류 영화"를 쏟아내는 헐리우드의 슬럼프(?)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뭐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문제같기도 하구요.
Posted by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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