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투표만 한다고 능사일까?

카테고리 : 잡담  |  작성일자 : 2008. 4. 4. 12:11  |  작성자 : 점프컷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해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고 그러는데요...

근데 투표를 안하는 사람들이 왜 안하는지 생각해 보면 대부분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지 못해서 입니다.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으면서 단지 귀찮아서 투표장까지 나오지 않는 케이스는 극히 일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사람이 있다면 옆에서 독려를 해서라도 투표를 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대부분 정치에 관심이 없다보니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고 그렇기에 투표하러 나오지 않는다는 거죠. 그럼 옆에서 누구를 찍을지 가르켜 주고 투표장으로 등 떠밀밀 수도 있는데, 이건 더 웃긴 상황이구요.

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정치에 관심이 없냐면 "야당"과 "여당"을 구분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금 여당이 어떤 당이죠?라고 길거리가는 젊은층에게 물어보면 반 이상이 모른다고 할걸요?

정치에 관심있고 확실한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있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믿을 수 없다고 하겠지만, 이 관심이 있고 없고 하는 문제가 그리 간단한게 아닙니다.

예를들어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낫 아웃" 같은 것을 당연히 압니다. 물론 디테일하게 모든 상황에서 설명하기는 힘들겠지만 주자가 1루에 없을때 헛스윙 삼진을 당했는데 포수가 공을 잡지 못하면 1루로 냅다 뛰어가는 상황을 이해하는거죠.

그러나 이때 왜 저넘은 삼진 당하고 나서 뛰어가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의외로 많습니다. 이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서도 "낫아웃"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 꽤 있을걸요?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야구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낫아웃"은 커녕 "언더베이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저도 제 와이프랑 연얘할때 언더베이스를 이해시키는데 몇년이 걸렸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치 이쪽도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치판이 흘러가는 모습들을 아주 관심있게 지켜보고 선거일을 기다리지만, 관심없는 사람들은 일단 기본적인 개념 자체를 모르니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힘듭니다. 야구팬들이 왜 이렇게 재밌는 야구를 안보지 하고 답답해 하더라도 할 수 없는것 처럼 말이죠.

기본개념이 없으니 뉴스가 나와도 누가 또 사고쳤구나, 비리를 저질렀구나 정도로 단편적으로만 생각하지 이런 뉴스들을 통해서 정치적 견해을 가지는쪽으로는 전혀 발전이 안된다는 거죠.

그럼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는 민주시민의 의무이니 투표를 무조건 해야한다는 말이 과연 온당할까요?

투표율이 높아서 정치인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민주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정치적 견해가 없는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한다고 해서 과연 공정한 평가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는건지는 의문스럽습니다.

그래서 닥치고 투표장에 나와야 한다는 것보다는 우선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도록 정치 무관심 혹은 정치 혐오증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정치 이야기에 열변을 토하는게 그다지 쿨하지 못한 자세라고 여겨지는 풍토가 있습니다. 적극적인 정치적 견해를 밝히지 않고 두리뭉실한 태도를 취하는게 미덕으로 여겨지죠.

선거철만 되면 투표를 하자고 독려할게 아니라, 평소에도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당당하게 밝히는 문화가 더 중요합니다. 아무런 정치적인 견해가 없는 사람들이 좀 멍청해 보이는 풍토만 만들어진다면 투표율은 그냥 올라갈 수 밖에 없죠.
Posted by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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