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투표율이 낮아서 다행이다

카테고리 : 잡담  |  작성일자 : 2008. 4. 10. 14:08  |  작성자 : 점프컷
이전 포스트 무조건 투표만 한다고 능사일까?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여당"과 "야당"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무조건 투표하러 가자고 독려를 해봤자 큰 의미가 없고, 자발적으로 투표를 하러 가게끔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20대 투표율이 19%라고 하네요. 그중 반은 한나라당 찍었구요.

이건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만일 20대 투표율이 40%였다면? 이중 반을 훨씬 넘는 20대들이 한나라당에 투표했겠죠. 한나라당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20대들이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은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왜?

아무 생각없이 부모님이 시키는대로 찍었고(20대와 50대 투표성향이 비슷한 점을 주목합시다), 우리가 남이가? 정서가 작동해서 우리동네 당을 찍었고, 찍을 사람이 누군지 모르니까 이왕이면 될만한 사람 찍었다는거죠.

등 떠밀려서 투표장 나오면 이런 묻지마 투표 경향이 더 심해집니다.

20%도 안되는 20대 투표율에 발끈할게 아니라, 투표한 20대들 중 반이 한나라당 찍은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거 아닌가요?

투표율이 낮은것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적 무관심이고, 이로인해 정치적 견해를 갖추지 않고 묻지마 투표가 늘어나면 이 또한 문제입니다.

이번에 한나라당에 표를 던진 20대에게 정치적 견해를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요?

그중에 일부, 극히 일부는 나름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투표했겠지만 대부분은 묻지마 투표였습니다. 지들 등록금이 비싼거와 이를 좀 바로잡을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이 정책을 어떤 당에서 무게있게 다루는지 고민을 해보고 한나라당을 찍었겠습니까? 등 떠밀려서 그냥 투표한거죠.

나름 고민을 해보고 한나라당에 한표를 던졌다면 뭔가 이야기라도 해볼 건덕지가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어떤 정책이 니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 줄것인가 물어볼 수도 있고, 이보다 더 효과적인 정책을 소개해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표는 의미가 있죠.

그러나 정치적인 견해를 가지지 않은채 등 떠밀려서 묻지마 투표를 해버린 한표는 오히려 독약입니다. 실컷 고민하고 진지하게 던진 한표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이런 애들이 투표 경험을 통해서 정치적인 견해를 가질 가능성도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기본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에 뉴스를 아무리 봐도 정치적 견해로 발전시키지 못합니다. 단순히 피상적인 이미지만 가지고 정당이나 후보의 호불호를 결정하죠. 지긋지긋한 지역주의 다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덕분에 국회에 잘 출석하지도 않고 입법활동은 전혀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거물급으로 인정받습니다.

낮은 투표율을 극복하기 위해서 호주와 같이 투표를 안하면 벌금을 내게 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죠. 그러나 묻지마 투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여전히 근본적인 대안은 되지 못합니다.

이보다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오면 한명당 10만원씩 지급해버리는 것은 어떨까요? 그럼 부모님이 선거권 있는 애들 차에 태워서라도 투표장에 데리고 오겠죠. 투표율 90%는 가뿐히 넘기겠구요. 이렇게 올라간 투표율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오히려 낮은 투표율을 그리워 하지 않을까요?

결국 투표율이 문제가 아니고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말이죠.

그럼 어떻게 하면 젊은 세대의 정치적인 무관심을 희석시킬 수 있을까요? 이번 선거는 결과 나왔으니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이제는 대책을 이야기 할때입니다. 20대 성토만 해댄다고 별반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성토 대신 설명을 해주자는 겁니다.

그러기위해 정치이야기 만큼은 좀 쉬운말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에 관심있는 사람들끼리 치고 받고만 하지말고,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쉽에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아주 쉬운말로 포스팅을 했으면 합니다. 제가 "포수의 수비 스탯은 수비능력을 평가하는데 부족하다"는 포스팅을 하면 알아 듣는 사람 얼마나 있겠습니까? 야구에 조금 관심있는 팬이라도 도루저지율이 어떻고 해버리면 골치 아파서 스킵해 버립니다.

정치이야기는 특별한 매니아층에서 소비되어야 하는 담론이 아닙니다. 우리 일상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고,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정치이야기 만큼은 어렵게 하면 안됩니다. 특히 진보진영에서 말을 어렵게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NL, PD 이런 소리 나오면 왠만한 사람들 머리 아파서 관심 끊어버립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것은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좀더 이해하기 쉽게 하는가입니다.

이 부분은 한나라당 좀 배워봅시다. 이들은 어려운 이야기 안합니다. 그냥 경제 살린다고 합니다. 이명박이 그토록 많은 비리에도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된건 이명박은 어려운 이야기 안하기 때문입니다. 말 보다는 실천을 잘하는 이미지를 확실히 굳혔습니다. 일단 되든 안되든 강하게 밀어부쳐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겁니다. 이게 엄밀히 따져보면 말되 안되는 뜬구름 잡는 소리지만 국민들에게 쉽게 이해됩니다. 이명박은 이념이고 이런말 안합니다. 아마 몰라서 안할것으로 사료되지만 어쨋든 복잡한거 싫어하는 국민들이 좋아하는 겁니다.

정치는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입니다. 한나라당 지지자와 토론하면 항상 이기죠. 근데 토론에서 아무리 이겨도 국민들을 설득하지는 못합니다. 지금 진보가 해야할 일은 투표율 낮다고 성토만 할게 아니라, 정치적 견해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좀더 쉬운말로 설득시킬까? 이것을 연구해야 합니다. 야구에 관심없는 여친을 어떻게 설득시킬까요? 왜 야구를 안좋아하냐고 다그칠까요? 아니면 야구의 기본적인 룰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줘야 할까요?

한줄 요약 : 어려우면 지는거다. 흥분하면 지는거다.
Posted by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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