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딜레마

카테고리 : internet  |  작성일자 : 2008. 5. 30. 12:24  |  작성자 : 점프컷
네이버에서 문성실님에게 아래와 같은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네이버 블로그는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블로그 서비스 운영원칙에 따라 홍보성/상업성 컨텐츠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원칙에 따라, 상품명, 상업적 URL 및 이미지 등을 포함한 블로그 스킨은 사용을 금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사용중이신 블로그 스킨에 회원님께서 출판하신 서적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어
블로그 서비스 운영원칙 상 위배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언듯봐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다들 알다시피 문성실님은 인지도가 아주 높은 유명 블로그이다. 한 기사에 따르면 블로그에 요리법을 올리면 그날 동네 마트에서는 요리재료가 번번이 동이나는 정도란다.

이런 유명 블로그에게 겨우 저정도의 이유로 블로깅을 제한을 하는건 지나친 과민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네이버도 이런 메일을 보내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근데 왜? 굳이 이런 메일을 보내면서 블로그의 상업적 이용에 대해 이토록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지난글 왜 네이버를 깔 수 밖에 없는가?에서 불펌 포스트에는 관대하고, 상업적 이용은 철저히 차단하는 네이버의 행태에 대해서 비판을 했기에, 이번에는 네이버의 블로그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과민반응에 대해서만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블로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안되나?

블로그마케팅이라는 말도 있듯이 블로그의 쓰임새는 다양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일반적으로 통용 되고 있다. 만일 티스토리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자기 명함을 스킨에 박아놓고 영업을 한다고 해서 이를 제지하기는 힘들다.

블로그에는 이런 글들만 올려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딱히 없다. 굳이 가이드 라인을 정할려면 현행법을 위반하는 포스트의 금지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음란물을 올린다던지 저작권을 위반하는 글을 올린다던지 하는 경우 제재를 한다면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를 할 수 있다.

근데 상업적이라는 기준은 문성실님의 경우에 비추어봐도 기준 자체가 애매하고, 이를 제재할 근거가 부족하다.
"상품명, 상업적 URL 및 이미지 등을 포함한 블로그 스킨은 사용을 금하고 있다"는데 정말 이 기준을 가지고 상품명이 들어간 스킨을 사용하는 블로그를 모두 신고하면 다 처리해 줄 수 있나? 예를들어 블로그 스킨에 나이키 신발이 들어갔다면 이 역시도 상업적이라는 이유로 잘라낼까?

이처럼 블로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안된다는 말은 블로그가 1인 미디어라는 일반적인 개념에도 맞지않고, 이를 적용함에 있어서도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럼 왜 이런 무리한 정책을 펼칠까?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그만님도 지적하고 있듯이 브랜드 블로그라는 수익모델 때문이고, 또하나는 네이버에게 있어서 블로그란 블로그이기 이전에 검색결과를 채우는 DB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 중 브랜드 블로그란게 있다.  easysun님의 포스트를 참고하면 자세히 알 수 있다. 그중 일부만 인용해보면...

네이버 기업 블로그 전략 (네이버 공식발표는 아니며 경험을 바탕으로 추측함)

1. 네이버 블로그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상업성' 컨텐츠를 올리면 사전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음.

2. '상업성' 컨텐츠에 대한 판단은 네이버에서 임의로 정함

3. 기업의 경우에는 네이버 브랜드 블로그를 활용하기를 권함.

4. 네이버 브랜드 블로그는 네이버의 기업 대상 수익 모델 가운데 하나로 비용이 부가되며 6개월에 약 1천5백만원 정도임.

결국 "블로그 서비스 운영원칙에 따라 홍보성/상업성 컨텐츠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은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공짜로 블로그를 이용하는 일반 사용자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돈을 주고 브랜드 블로그를 개설해서 사용하면 홍보성/상업성 컨텐츠의 이용을 마음껏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네이버 블로그는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블로그 서비스 운영원칙에 따라 홍보성/상업성 컨텐츠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말은 뻥이다. 아래와 같이 고쳐쓰는 것이 적절하다.

네이버 블로그는 브랜드 블로그라는 유료 서비스가 따로 존재하므로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블로그에서는 홍보성/상업성 컨텐츠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홍보성/상업성 컨텐츠를 사용하시기를 원하시면 브랜드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이버에게 있어서 블로그는 블로그가 아니다.

네이버 검색결과에서 지식인과 블로그 검색결과가 빠지면?

네이버에서 한번 검색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식인과 블로그 검색결과를 빼면 광고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물론 네이버의 통합검색결과에 웹검색이라는 전통적인 검색(구글과 같은)결과라 할 수 있는 것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웹검색의 품질을 보면 과연 네이버가 검색엔진을 보유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수준이고, 게다가 요즘에는 일반적인 웹페이지는 검색도 거의 안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네이버 검색결과에서 블로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높고, 네이버에게 있어서 블로그는 1인 미디어 이딴건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검색결과로 가치를 가지는 DB인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저작권을 위반하는 펌글은 검색결과로 가치가 있을까?

정답은 "있다" 이다. 아니 "대단히 가치가 있다" 이다.

블로그에 쓸데없는 정보를 펌질할까? 당연히 저장해놓고 다음에 참고할만한 고품질의 정보일때 펌질한다. 누군가 그러더라. 우리나라의 페이지랭크는 펌질 당한 정도에 따라서 측정하면 된다고.

웃기기도 하지만 씁쓸한 말이다. 어쨋든 이 이유 때문에 펌로그로 활용하기에는 네이버만한 블로그가 없다. "대한민국 인터넷은 네이버로 펌질된다"고 할만큼 실제로도 네이버 블로그에 펌정보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럼 이 질문은 어떨까?

상업적 성격의 글은 검색결과로 가치가 있을까?

대게의 경우 "없다"

특히 네이버 검색결과에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블로그 검색결과마저 광고성 글이 나오면 검색결과의 만족지수가 대폭 떨어진다. 부차적으로 네이버에 광고를 하지 않고 대신 블로그에 광고글을 올리면 광고매출마저 떨어진다.

네이버의 딜레마

네이버(물론 다른 포털도 큰 차이는 나지 않지만)는 말이 좋아 통합검색이지, DB 위주의 검색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검색엔진의 성능을 높여서 좀더 좋은 정보를 찾아주는데 집중하지 못하고, 좀더 좋은 정보를 DB에 쌓는데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검색엔진의 성능은 서비스 제공자가 컨트롤 할 수 있지만, DB에 정보를 쌓는 것은 서비스 제공자의 마음대로 하기가 힘들다. 그러니 고객센터의 직원을 늘려가면서 DB에 쌓이는 정보를 사람의 품을 이용해서 계속 가려낼 수 밖에 없다.

검색엔진의 경우에도 SEO작업이 계속되고, 특히 구글 검색의 상단에 출력되기 위해서 온갖 시도가 계속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검색엔진의 성능을 높여가면서 검색결과에 배제하는 규칙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의 경우에는 주로 이 작업을 사람이 하는 일이고, 잣대가 불분명하다 보니 항상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위에서 상업적 컨텐츠는 검색결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럼 문성실님의 포스트도 검색결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나? 이것 역시도 아니다.

근데 왜 문성실님의 블로깅에 제한을 가할까?

문성실님의 표현대로 누군가가 꼰지르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이가 스킨에 명함을 박아놓았고 이를 네이버가 제재를 했다고 하면, 제재를 당한 이는 문성실님의 블로그를 예로 들어서 반박을 하게 될 것이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나? 이런식으로 반박을 해 버리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파워 블로그에게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놔야 하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수작업에 의한 검색 서비스는 공정성 부분에서 한계를 노출할 수 밖에 없다. 구글 검색엔진도 특정 사이트를 검색결과에서 배제시키지만 이는 기계적인 규칙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공정성 논쟁을 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구글은 검색결과에서 배제를 시키지 사이트를 날려버리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네이버의 더 큰 문제는 이것이다.

네이버는 도대체 블로그를 뭐라고 생각하나?

하는 질문을 던지면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블로고스피어에서는 블로그는 무엇인가?하는 고민을 계속 하고 있는데, 네이버는 이런 고민은 안드로메다에 던져놓고 블로그를 이용해서 검색결과의 품질을 놓이는 고민만 하고 있다.

이로인해 블로그를 중심으로한 반네이버 정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지금도 네이버를 게이버라고 부르는 이들이 늘어나는 등 반네이버 정서가 상당한데, 블로그들이 늘어나고, 이런 파행적인 블로그 서비스 운영이 계속 된다면?

물론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의 네이버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네이버의 이런 파행적인 운영은 언젠가는 철퇴를 맞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Posted by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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