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축제와 착한 블로그 컴플렉스

카테고리 : blog  |  작성일자 : 2008. 3. 1. 22:31  |  작성자 : 점프컷
블로그 축제에 대한 후기들을 읽어보니 예상했던대로 어정쩡한 후기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네요. 아쉬움이 있지만 다음에는 더 잘해야지...앞으로 좀더 많은 후기가 올라오겠지만 대부분 비슷할것으로 예상되구요.

근데 그토록 가열차게 세상의 비리를 까대던 블로거의 비판정신은 다 어디로 갔나요? 이명박 정부 산하의 문광부가 지원한 모임이었는데 말이죠.

행사전에 많은 논란이 오갔지만 개인적으로 관련 포스팅을 하지 못했습니다. 포스팅 타이밍을 놓친 점도 있었고, (참석도 안하면서) 이런 오프상의 모임을 까봐야 괜히 적들만 만든다는 부담감이 작용했죠. 대신 몇몇 포스팅에 댓글로만 의견을 남겼는데 (행사전) 블로그 축제를 바라보는 저의 시각은 대충 이렇습니다.

작은 인장님 포스트에 남긴 댓글

Commented by  점프컷  at  2008/02/29 18:14

이 문제에 대한 제 입장은 블로거들끼리 모임을 하는것은 상관없으나 문광부 지원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적인 모임이더라도 결국 공공의 이익에 공헌을 하니 나쁠건 없지 않느냐?는 식으로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면 안되죠.

대학연구기금의 예로 들으셨는데 그런 연구기금이 지원될때 나름 명확한 조건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블로그 모임에 대한 지원기준이 만일 명확하게 있다면 문제가 안되겠죠. 문광부 박병우 팀장님도 이 부분에 대해서 입장을 밝혀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뭐 블로그 문화가 싹트기 시작하는 단계이고 소액 지원이니까 별다른 기준없이 집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이런 문제가 계속 불거질 것이니 이참에 기준을 마련하면 좋겠네요.

일단 사적인 모임으로 출발해도 그 모임이 발전하다보면 얼마든지 공식적인 권위를 부여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는 완벽히 사적인 모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충분히 비판받을만 하죠.

미고자라드님 포스트에 남긴 댓글

점프컷
2008/02/28 12:36

블로그축제는 대표적인 성격을 갖는게 아닌 사적인 모임이죠. 블로고스피어의 영향력을 위해서 블로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런 단체가 출범되는 형태가 자연스러워야죠. 선거법 사건과 같이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때 뜻있는 블로그들이 모여서 변호사도 선임하고 공동대응을 한다던지 하는 형태로 목적성과 블로거들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겠죠.

그러나 블로그축제는 사적인 모임이고 뚜렷한 목적성 없이 블로거들의 친분을 위한 모임입니다. 그러므로 문광부의 지원을 거절했어야 이런 말들이 안나오는거죠.

그리고 블로그들이 친분을 위해서 굳이 오프라인에서 모여야 하나?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다들 친구들이 부족해서 블로그를 하시나요? 블로그는 온라인에서 포스트로 서로 만날때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전 그런 사적인 오프 모임이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블로그 하다보면 친해져서 사적으로 만날 수 있지만 블로그축제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가지고 이런식의 대규모 모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구요.

블로고스피어의 영향력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블로고스피어에서 어떤 성격의 포스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대안 미디어로서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너바나나님의 포스트 중 한구절이 생각납니다.

자유롭기 위해선 조금 외로워야 하지 않을까?(http://www.nirvanana.com/184)

특별한 목적성 없이 친분을 위해서 만나고, 이는 패거리 문화를 만들고, 결국 블로그가 대안미디어로서 가장 큰 가치를 지니는 자유로움과 독립성을 해치게 된다는 생각입니다.

점프컷
2008/02/28 15:37

하나의 툴일 뿐이면 블로고스피어의 이익단체 같은건 필요없죠^^; 개개인의 자유로운 블로그들이 모여서 블로고스피어를 형성하고 이건 의식하지 않더라도 공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목적성을 지니는 이익단체도 필요하고 블로그 정신같은것도 필요하죠. 개개인의 블로그가 특정 목적의식을 가지라는게 아니라 블로고스피어에서 소통되는 담론들이 최소한의 방향성은 지향되어야 하죠.

미고자라드님처럼 그냥, 무작정 가볍게 보자는 식으로 하자면 ...블로그축제라는 모임도 정말 어처구니없는 컨셉 아닙니까? 게다가 문광부 후원까지 받는다는데...그냥 친한 블로거끼리 모임을 하고 그 내용을 블로깅하고 이런다고 비판하는게 아닙니다. 오해를 사지 않을려면 후원을 철회하는게 맞습니다.

상당히 부정적이죠? 저 역시 착한 블로그 컴플렉스에 쌓여있는 블로거라 악플은 잘 적지 않는데...나름 저한테는 공격적인 댓글이었습니다.

왜 블로그 축제를 이렇게 삐딱하게 보는가?

댓글에도 나와있지만 사적인 모임에 문광부의 후원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이건 명백히 잘못입니다.

평소 블로거들의 비판정신을 감안하면 왜 이 부분에는 이토록 바다같이 넓은 아량을 발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관계자분들 답변 좀 해보시죠?

그리고 이런 모임이 블로고스피어에 어떤 도움을 줄까요? 만남이 의미가 있었으니 서로 서로 친해졌다? 온라인상에서 포스트로 마주하기 보다는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한마디라도 건네면 당연히 더 친분이 쌓이죠.

블로그들끼리 친해지면 마냥 좋을까요?

착한 블로그 컴플렉스를 확산시키는 오프라인 모임

이번 블로그 축제가 완벽한 사적 모임이라고 정의한데는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 단순한 친분을 위한 모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단순 친분 목적의 모임을 통해서 착한 블로그 컴플렉스는 더 확산됩니다. 이미 블로그 축제 관련 포스트들에서도 이런 징후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습니다.

다들 아쉽다면서요?

그래도 나름 의미있었죠?

이명박 정부를 바라보는 조중동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지네요.

저 역시 그자리에 참여했으면 이런 포스팅 못했겠죠.

비약 좀 할께요

이런 모임을 보고 든 솔직한 생각은

블로고스피어도 규모가 커지니 사회의 때를 점점 묻혀가는구나

입니다.

사회에서 성공할려면 개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정치적으로 수완을 발휘하는것도 중요하죠. 자기편을 좀더 만들고 인맥을 공고하게 쌓아나가면 자신의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됩니다.

이 시대의 블로그, 1인 미디어 아닌가요?

라는 Endy Leo님의 질문에

아니 인맥쌓는데 좋은 하나의 툴일 뿐이지

라고 노련하게 웃음지으면서 충고하는 때묻은 어른들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Posted by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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