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네이버를 깔 수 밖에 없는가?

카테고리 : internet  |  작성일자 : 2008. 3. 16. 11:01  |  작성자 : 점프컷
이글은 행복한고니님의 포스트의 답변 성격으로 작성된 글를 읽고 생각나서 쓰는 글입니다. 행복한고니님뿐만 아니라 네이버는 유독 비판을 많이 받는데 왜 구글은 칭찬만 받을까?라고 의문을 가지신 분들이 많기에 그런 분들도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이 네이버를 깝니다. 특히 블로고스피어에서는 네이버는 타도해야 할 첫번째 대상이죠. 단지 1등이라서? 남들 까니까 나도 한번 까볼까?

네이버 검색독점의 문제

행복한고니님이 이해가 안되신다고 하는 부분을 정리하면...

네이버가 70%의 검색점유율이라서 독점의 폐해 때문에 까면서 왜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60% 검색점유율을 가지고 있는데 구글은 좋아하나?

이정도가 되겠는데요...

맞습니다. 단순히 한 업체가 검색 점유율이 높다고만 비판할 수는 없죠. 네이버든 구글이든 이들이 검색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점의 폐해는 보통 한 업체가 시장을 쓸어버려서 소비자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 나타나는데, 검색이라는게 돈주고 사는 물건도 아니고 검색을 한곳에서만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검색을 하는 유저 입장에서 독점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없습니다. 독점의 폐해를 기존 오프라인 기업의 경우와는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는거죠.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네이버 비판자들이 단순히 검색점유율이 높아서 네이버를 비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어떤 글들을 보고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대상을 구체적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독점에 포커스를 맞춘 글보다는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들이 많은데 말이죠.

열린검색 VS 닫힌검색

네이버가 구글에 비교당하면서 까이는 가장 큰 이유는 검색방식의 차이입니다.

구글은 전세계 웹문서를 대상으로 검색을 해주고 네이버는 자사의 DB에서만 주로 검색을 하죠.

높은 검색점유율이 말해주듯이 유저의 입장에서 보면 닫힌검색이 검색대상(네이버 DB에 쌓인 컨텐츠)만 충분하다면 더 편리합니다.

검색하면 원하는 결과까지 도달하기가 쉽고 빠르기 때문이죠. 그리고 자사의 DB에서 찾아주니 방대한 웹문서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보다 원하는 문서를 찾아주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웹생태계 입장에서 보면 닫힌검색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검색 트래픽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이트들은 유저들에게 노출될 기회를 박탈당합니다.

네이버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내포털들이 닫힌검색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에는 포털과 몇몇 커뮤니티를 제외하고는 웹사이트들이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검색사이트들이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 유저와 정보를 담고 있는 사이트를 연결해 주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정보를 담을려고 했기에 이런 결과가 벌어졌죠.

만일 지금의 우리 인터넷으로 만족한다면 열렸던 닫혔던 별 상관할바가 아니지만, 현재의 국내 컨텐츠(한글로 된 컨텐츠)가 다양성을 잃고 인터넷이 정보 보다는 가쉽거리로 넘쳐나는 현상을 걱정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검색 시스템과 문화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구글과 같은 검색사이트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하게 됩니다.

만일 국내에서 네이버가 아닌 구글과 같은 사이트가 검색점유율에서 1위를 달린다면 국내 인터넷 환경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겟죠. 인터넷 인프라만 강국이고 컨텐츠는 빈약하다는 비야냥을 듣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는 컨텐츠 블랙홀

네이버 입장에서는 이런 변명도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검색할 웹문서가 없어서 우리가 지식인 같은걸 만들어서 네티즌들이 정보를 생산하도록 이끌었다.

네이버가 네티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었고 유용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을 수 있게 해준데 공헌한 부분은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의 참여만 있었지 우리에게는 링크문화가 없었고 불펌문화가 있었습니다. 단기간에 인터넷 유저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에 인터넷 문화를 다질 시간이 부족했었죠.

이로인해 네이버가 자랑하는 지식인과 블로그 컨텐츠(검색 품질을 높여주는 2대 축이죠)들 중 상당수는 불펌 컨텐츠입니다.

UCC(User Create Contents)가 아니라 UFC(User Fum Contents)라 부를만 할 정도죠.

게다가 네이버의 검색점유율이 압도적이고 검색결과에서 네이버 DB를 먼저보여주므로 원저작자의 글은 묻혀버립니다.

"단순히 좋은 글 좀 돌려보는데 그거 가지고 태클을 거냐?" 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검색점유율 + 네이버 DB로의 무차별 불펌"이 맞물려서 네이버가 컨텐츠의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네이버 바깥에서 아무리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낸들 곧 네이버 DB로 불펌당하고 힘들게 컨텐츠를 만들어낸 사이트는고사당해버립니다.

네이버 서비스에만 불펌이 존재하나?

물론 불펌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인터넷의 전반적인 문제입니다. 네이버만의 문제는 아니죠.

그러나 국내 포털들이 모두 닫힌검색을 주로 하는 환경에서 누가 자사의 DB에 유용한 자료를 많이 쌓아두느냐에 따라서 검색품질의 차이를 가져옵니다. 사용자의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 내는가에 달렸다는 거죠.

결국 네이버가 사용자의 참여를 가장 잘 이끌어내었고 그만큼 불펌 컨텐츠도 많이 쌓았습니다. 웹검색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검색엔진을 가지고서도 검색점유율 70%를 가능하게 하는것은 바로 이 불펌 컨텐츠가 많기 때문입니다. 유저입장에서 왜 귀찭게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검색을 하겠습니까. 괜찮다 싶은 컨텐츠는 모두 네이버 DB안에 차곡차곡 쌓여있는데 말이죠.

"네이버 서비스에만 불펌이 존재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되묻고 싶습니다. "네이버가 불펌을 막을려고 노력한 적이 있느냐?"

네이버의 불펌 장려정책

지식인과 블로그같은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할려면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약관에 따르면 뭐도 안되고 뭐도 안되고...굉장히 까다롭게 굴죠.

자기 블로그에 홍보성 글 하나만 적어도 블로그 차제를 날려버립니다. 지식인 같은 경우는 더 심하구요. 뭐 100년 이용정지? 이런말도 있더군요^^;

네이버가 오버추어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광고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이렇게 까다롭게 유저들의 컨텐츠 작성 자유를 제한했기에 가능한 수치입니다. 홍보할려면 네이버에 광고해라 유저들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지식인과 블로그 등에는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운영원칙을 가지고 있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의 이런 까다로운 정책 때문에 불만을 표시합니다. 홍보성 글을 쓰면 안된다는 원칙도 이상하지만 이걸 적용하기는 참 애매하죠. 단순히 링크만 걸어도 홍보성일까? 단순히 한 업체의 명칭만 거론했다고 홍보성일까?

굉장히 판단하기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네이버는 전혀 이런 제재에 망설임이 없습니다. 블로그 차단, 지식인 이용정지 100년과 같은 무지막지한 조치를 취해버립니다.

근데요...네이버가 유독 관대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불펌 유저들에 대한 제재입니다.

지금까지 "네이버 블로그 하다가 불펌 하나 했다고 폐쇄당했어요ㅠㅠ"

라는 하소연을 보신적이 있나요?(있다면 제보 좀 해주세요)

반대로 네이버에 불펌 신고 했더니 신분증 요구하고 별 짓을 다한다는 불평만 들리죠.

철저하게 불펌 유저들은 보호하겠다는 겁니다.

왜?

유저들이 불펌을 많이 하면 할수록 네이버의 검색결과는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검색점유율 70%를 받쳐주는 중요한 힘이 바로 불펌 컨텐츠이기 때문입니다.

홍보성 글은 합법입니다. 자기 블로그에 홍보성 글 좀 적는다고 법에 저촉되는거 있습니까?

반면 불펌은 불법입니다. 엄연히 저작권을 위배하죠.

합법적인 글은 가차없이 블로그 폐쇄하고 지식인 이용정지하면서, 불법적인 글에는 한없이 관대합니다.

이게 불펌 장려 정책이 아니고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왜 네이버를 깔 수 밖에 없는가?

네이버가 검색독점과 불펌장려정책을 통해서 인터넷의 컨텐츠들을 빨아들이고 중소사이트의 성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우리 인터넷 산업의 미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국내 인터넷 환경은 황폐해 졌습니다. 한글로 된 컨텐츠는 지식인과 같은 단편적인 경험정보나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재미를 위한 정보생산에만 집중되고 고급정보가 체계적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는 질서를 잃어버렸습니다.

이 질서를 되찾고 한글 컨텐츠를 풍부하게 할려면 웹생태계의 포식자인 네이버를 그냥 이대로 방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추신 : 행복한고니님이 댓글로 이글은 본인의 글이 말하는 부분과 관련성이 없다고 지적해 주셨습니다. 저 역시 그 지적이 정확하다고 생각되구요. 그래서 본문을 수정했습니다.

저도 글을 다 쓰고 보니 "아차 이 부분 실수했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차에 행복한고니님께서 지적을 해주셔서 이렇게 수정할 기회가 주었졌습니다. 부당한 답변을 받으신 행복한고니님에게 사과드리구요. 불편하실텐데 이렇게 손수 지적해 주신데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Posted by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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