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2.0을 논하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

카테고리 : internet  |  작성일자 : 2008. 4. 22. 16:26  |  작성자 : 점프컷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웹2.0시대 디지털 콘텐츠의 사회적 확산 경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보도자료의 소제목이 인상적인데 "웹2.0 능동성·창작성 기대이하 대형포털 폐쇄성 그대로 반영"으로 뽑았습니다.

일단 보도자료에 소개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블로그는 미디어가 아닌 자료 저장공간

주 1회 이상 블로그를 업데이트하는 15세부터 45세 사이의 블로거 50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온라인 조사 결과, 우리나라 블로거들이 블로그를 미디어로 생각하기 보다는 스크랩한 자료의 저장 공간(41.6%)이나 사진 게시(20.8%), 안부 교환(18.6 %)등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41.6%가 블로그를 스크랩한 자료의 저장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나옵니다. 대충 감으로 체감하고 있는 수치와 비슷하게 나온거 같습니다.

물론 블로고스피어에서 활동하는 블로그들은 블로그를 자료 저장 공간으로 활용하지 않지만, 포털 블로그의 상당수는 스크랩 자료를 저장하는 공간으로 블로그를 활용하고 있고, 전체 블로그에서 포털 블로그의 양적인 비중이 크다보니 41.6%라는 수치가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점이 뭐냐면 스크랩한 자료란 주로 저작권을 무시한 불펌 자료가 대부분이죠. 이런 자료를 개인의 저장공간(스프링노트구글닥스와 같은)을 활용하면 되는데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국내포털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보니 그냥 블로그를 이런 용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사용자의 태도가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지만, 포털이 자사 블로그의 이런 스크랩 자료를 검색결과로 활용하고 있기에 불펌을 방치하거나 유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사용자들이 특별한(악의적인) 의도없이 자기 블로그에 퍼온 글들이 포털의 컨텐츠로 활용되어서 더욱더 포털 집중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폐쇄적인 블로그 운영

응답자들의 74%는 자신의 블로그 중 일부 콘텐츠를 비공개로 설정해 놓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완전히 공개해 두었다는 응답 비율은 20.2%로 조사되었다. 결국 1인 리포터이자 풀뿌리 여론형성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블로거가 우리 사회에서는 정보수집과 확산, 공유 면에서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포털 블로그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자료 저장공간으로 활용하다 보니 자연히 폐쇄적인 블로그 운영을 하고 있죠. 블로고스피어가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포털 서비스에 비하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수준이기에 블로그가 개인 미디어로 활용되는 경우는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마이너리티 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웹2.0을 말할 수 있을까?

물 건너에서 시작된 웹2.0의 열풍이 국내에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웹2.0이라는 키워드로 뉴스 검색을 해보면 끊임없이 웹2.0이 어떻고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웹2.0은 용어자체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으로 구분할만큼 의미있는 웹상의 커다란 변화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웹1.0이라는 말이 없었기에 웹2.0이 다소 모호한 용어일 수 있지만 기존의 웹과는 분명 구분되는 특징을 보여주고, 웹의 트랜드가 이쪽으로 흘러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국내의 현실을 보면 웹2.0을 논하기 좀 민망합니다. 웹2.0의 가치를 보통 "개방과 공유, 참여" 등으로 표현하는데 이런 말들을 꺼내기가 민망하죠.

외국의 웹2.0 성공사례를 열심히 소개하고, 외국의 저명한 IT 리더들의 말을 밑줄 좍좍 그으면서 국내에 소개는 활발히 이루어지지만 국내에서 웹2.0의 성공사레를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개방은 커녕 지속적으로 포털의 영향력을 커지고 있고, 포털이 포털 바깥의 사이트로 연결해주기는 커녕 오히려 불펌 정보든 뭐든 가리지 않고 자사의 DB에 컨텐츠를 쌓기에 바쁩니다. 공유라는 말은 불펌을 의미한지 오래되었구요, 다른 버전의 공유라면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들을 들 수 있겠네요.^^;

참여라는 말 역시도 국내에는 커뮤니티의 참여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네이버 지식인의 예를 들어보면 물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적인 경험정보를 나눌때의 이야기지 좀 전문적인 정보쪽은 취약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웹2.0이 뭐에요?라고 하면 어디서 긁어서 답변을 해주고, 이 답변이 돌고 도는 현상이 주로 벌어지는데 이는 집단지성이라고 부르기 힘듭니다.

공유와 참여로 인해서 정보가 지속적으로 쌓여나가고 발전해 나가야 하는데 지식인과 같은 서비스는 가벼운 정보를 축적하기 적합한 서비스지 전문적인 정보가 체계적으로 쌓이기 힘든 서비스입니다.

그러다 보니 전문적인 정보는 주로 펌질로 채워지고 펌질 정보가 이렇게 돌아다니면 정보의 생산을 오히려 위축시킵니다.

만일 어떤 레퍼런스 사이트에서 전문적인 정보를 축적한다고 할지라도 이게 쉽게 펌질되고, 대중에게는 펌질된 정보가 노출되고, 포털은 이런 사이트로로 연결시켜주지 않으니 사이트가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한 국내에서의 웹2.0 논의는
웹3.0 만큼이나 코믹할 수 밖에 없습니다.
Posted by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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