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소통이 안되는 이유

카테고리 : internet  |  작성일자 : 2008. 6. 16. 10:23  |  작성자 : 점프컷
이명박 대통령의 오해타령에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네이버가 또 하나의 오해를 선사하셨다.

최근의 오해에 대해 네이버가 드리는 글

위 내용을 요약하면,

네이버 뉴스의 편집이 친2MB 성향이라는 것은 오해고,
실시간급상승검색어 순위조작설은 오해고,
아프리카금칙어를 설정하긴 했는데 이게 촛불문화제 때문이라는 음모론도 오해고,
특정 정치세력에 불리한 기사를 삭제한다는 것도 오해란다.

물론 네티즌이 오해하는 부분은 있다. 특히 실시간급상승검색어 조작설은 내가 봐도 좀 심하게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긴 하다. 표현상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내용상으로는 네이버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해명이긴 하다.

그러나 이런 해명이 오히려 문제를 더 크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대세다. 아무리 실시간급상승 검색어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설명해도 도대체 오해가 풀리지가 않는다. 왜 네이버가 이렇게까지 해명을 하는데 오히려 반(反)네이버 정서는 더 깊어질까?

오해는 어떻게 해서 생길까?

사람이 살다보면 오해도 할 수 있고, 그 오해가 풀려서 오히려 전보다 더 돈독한 신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근데 유독 오해를 많이 받는 사람이 있다. 아니 유독 "이건 니들의 오해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 멀리갈거 없다. 이명박 대통령만 봐도 오해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혹시 이런 생각은 안해봤는가? 왜 나만 유독 사람들이 오해를 할까?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을때 노무현 지지자들 조차도 상당수가 반발했었다. 이때 노무현의 처신은 어땠는가? 힘들어 하면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을 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일 노무현이 이런 민감한 문제를 후다닥 처리해버리고, 이에 대해서 쏟아지는 비판들을 "그건 니들이 몰라서 하는 소리다"면서 명박스럽게 처리했다면...?

노무현에게는 있었지만 이명박에게 없었던 것은 바로 소통이다.

네이버 역시도 "이건 니들의 오해다"라고 말하기 전에 반네이버 정서가 왜 이토록 폭넓게 형성되었는지를 고민해 봤다면 "오해타령"으로 더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시판 하나 딸랑 만든다고...

위에 링크한 공지외에 네티즌들과 소통을 하겠다고 게시판을 하나 열어놨다. 근데 게시판을 한번 들여다 봐라. 이게 소통인가?

한쪽은 네이버 성토장이고 한쪽은 네이버의 해명게시판이다. 아니 그토록 네티즌들의 마음을 잘 읽는 네이버의 인재들은 다 어디로 가고 이런 허접한 게시판을 열어놓았을까?

"네티즌들의 마음을 잘 읽는 네이버의 인재들"이라는 표현은 괜히 비꼬을려고 하는 소리만은 아니다. 정말로 네이버에는 인재가 많고, 이로 인해 네이버의 서비스는 네티즌들의 참여를 잘 이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포털에서 먼저 시작하더라도 네이버 특유의 well-made 서비스로 네티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역전을 일구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네이버의 well-made 서비스는 검색과 관련있는 A군의 서비스에 집중된다. 트람님의 포털전략론(2) - 네이버와 패러다임 시프트을 참고하면 네이버의 A군 서비스는 지식iN, 블로그, 카페, 뉴스, 지식쇼핑으로 분류된다.

네이버는 검색에 집중하고 모든 서비스들을 가능하면 검색 친화적으로 만들어 낸다. 이러한 "검색에 올인하는 전략"이 네이버의 검색경쟁력을 강화시켰고, 그 결과 오늘날의 검색독점의 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올인전략은 항상 무리수가 따른다.

그러나 올인전략이라는게 항상 무리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검색에 올인을 하다보니 검색외의 다른 가치들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만일 검색경쟁력과 상충되는 다른 가치가 있다면 이는 철저히 무시된다. 이게 지나친 올인 전략의 폐해다.

예를하나 들어보자.

네이버 검색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지식iN, 블로그 서비스가 지나치게 검색용 DB 확보에 치우친 나머지, 이용자님들(네이버의 표현^^;)의 불펌을 조장하는 성격이 강하다. 불펌은 검색용 DB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니 네이버는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절대 이 부분을 개선시킬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검색 올인 전략이 네이버 서비스의 근간에 깔려있기에 이에 상충되는 전략은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니들이 아무리 비판해봐라 불펌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매출액은 늘어난다"는 식으로 귀틀어막고 운영을 해버린다는 것이다.

소통 역시 마찬가지다. 다음의 경우 블로거뉴스라는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좀더 열린 서비스를 지향하고 나섰다. 물론 다음이라는 포털이 열린 서비스 지향적이라기 보다는 계속적으로 닫힌 전략으로는 네이버와의 격차를 줄일 수 없기에 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측면도 있다.

어쨋든 네이버의 폐쇄적인 전략(네이버 DB에만 컨텐츠를 쌓아둘려는 전략)과는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포털바깥의 컨텐츠와 손잡을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 결과 적어도 블로고스피어쪽에서는 친다음 정서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만일 이런 다음의 외부 컨텐츠를 껴안는 전략을 네이버쪽에서 벤치마킹을 하겠다고 한다면? 역시 네이버의 검색 올인 전략과 상충되기 때문에 쉽게 하지 못한다. 네이버의 검색경쟁력은 네이버 내부에 쌓아논 DB의 차이에서 나오는데 네이버 바깥에 컨텐츠를 육성하는 전략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네이버는 블로거뉴스와 같은 성격의 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하지못한다. 그렇다고 아고라같은 서비스를 만들까? 위에서 말했듯이 아고라 같은 서비스는 A군에 포함되는 성격의 서비스가 아니다. 돈은 안되고 괜히 말만 많아지는 서비스이다.

이처럼 네이버의 검색올인 전략으로 인해서 다른 가치들이 철처히 무시되기에 네이버가 소통을 하기란 쉽지 않다. 소통을 하고 싶어도 그게 게시판 몇개로 해결될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비스 철학의 문제다

자 그럼 소통도 안되고, 계속 오해는 쌓이고, 반네이버 정서는 확산만 되고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굳이 소통 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다. 오해가 아예 쌓이지 않게 하면 된다. 소통 안하기로 유명한 대표적인 기업이 구글이다. 근데 구글은 소통은 안하면서도 오해가 쌓이지 않는다. 오히려 다들 구글 찬양에 열심히다. 구글로고에 사람들을 집단최면에 빠지게 만드는 주술이라고 깃들여 있는 것일까?

구글과 같은 공룡기업이 뻣뻣하게 잘난척하면서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왜 구글은 반(反)구글 정서는 커녕 친(親)구글 정서만 두드러질까?

서비스의 근본 철학이 틀리기 때문이다.

위에서 네이버가 오해한다고 하는 부분을 살펴보자.

네이버뉴스, 실시간급상승검색어, 검칙어, 삭제신공

다 오해를 살만한 서비스다.

구글도 뉴스페이지가 있다. 근데 구글 뉴스보고는 편향적이라고 하지 않는다. 물론 구글이 국내에서 듣보잡 사이트이기에 그런 측면도 있지만, 구글 서비스는 대부분 자동화된 알고리즘에 의해서 제공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 손을 빌리지 않으니 정치적인 입김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실시간급상승검색어? 참 웃기지도 않는 서비스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논란을 부추기는 서비스다. 이건 서비스 자체가 오해를 위한 서비스다.

검칙어 역시도 어이가 없다. 부적절한 게시물을 차단하기 위해서 검칙어를 이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조그만 사이트를 만들때도 검칙어부터 덜컥 만들어 버리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스팸 등을 걸러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충분히 찾아보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 금칙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네이버 같은 덩치의 사이트에서 afreeca.com 을 검칙어로 지정했다가 이게 관리가 안되어서 몇년동안 방치했다는 소리를 해대는 모습을 보고 누가 수긍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삭제 신공 역시도 네이버가 평소 잘하는 짓이다. 구글 역시도 검색결과에 제한을 가한다. SEO를 하는쪽에서는 구글 검색엔진의 패턴을 분석해서 끊임없이 시도하고 구글은 이를 끊임없이 방어해 내는 싸움을 한다. 검색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이 싸움을 진행시켜 나간다.

구글이 만일 검색엔진의 성능을 높일려고 하지않고, 네이버스럽게 검칙어나 삭제 신공을 통해서 특정 사이트를 검색결과에 배제시켜 버리다면? 구글은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검색결과에서 배재하는지 모르겠다는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네이버에서 삭제나 컨텐츠 이용에 대한 제한이 원칙이 없다는 불만들이 어제 오늘의 일이었나? 네이버 고객센터의 말을 들어봐도 앞뒤도 안맞고 원칙도 없는 임기응변의 대응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네이버는 끊임없이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네이버는 소통을 하기 이전에 자신의 덩치에 맞는 책임감 부터 갖추어야 한다.

덩치를 이용해서 매출액을 늘리는데만 급급하고 그에 어울리는 책임감 있는 서비스는 보여주지 못했다. 단순히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서 네티즌들에게 반네이버 정서가 생겼다고 생각한다면 답이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찾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게시판 하나 딸랑 만든다고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Posted by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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