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색, 계"(色, 戒)가 슬픈 이유

카테고리 : movie  |  작성일자 : 2008. 4. 10. 18:24  |  작성자 : 점프컷
탕웨이의 색, 계(色, 戒)

색계는 탕웨이의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고서도 여배우의 외모와 연기를 굳이 따로 떼어놓고 평가하고 싶은 마음이 들까?

단지 이 영화를 위해 태어난 배우일 뿐이다.


이안 감독은 원작소설 속 여자 주인공의 외모와 분위기에 가장 흡사하다는 판단에 따라 탕웨이를 기용했다고 한다. 탕웨이가 굉장한 연기를 보여준 것은 아니다. 단지 이 영화를 위해 태어난 배우일 뿐이다.

관능적이라서 뭇 남성들을 녹여버리는 캐릭터도 아니고 넘쳐나는 애국심에 자신의 몸 하나를 던지는 비장미 있는 캐릭터도 아니다.

청순한 한 여인이 어찌어찌 하다가 사건에 휘말려 감당하지 못할 운명에 마주친다. 탕웨이가 발산하는 청순한 매력과 감당 못할 운명의 낙차만큼 슬프다.

이래서 영화는 배우를 잘 만나야 하고 배우 역시 영화를 잘 만나야 한다.

탕웨이가 발산하는 청순한 매력과 감당 못할 운명의 낙차만큼 슬프다.


양조위가 그저 그런 인간이라 더 슬프다.

양조위가 연기한 역할은 분명 악역이다. 그는 매국노이고 독립운동가들을 사냥하는 늑대이다. 치밀하고 겁도 많다. 도망가라는 한마디에 지 한목숨 부지할려고 헐레벌떡 뛰어가는 놈이다.

조낸


근데 그런 그를 사랑해버리는 여인네는 뭔가? 자신의 목숨과 동료들의 목숨까지 바꿀만큼 가치있는 남자인가? 비련의 여주인공이 사랑한 남자가 가치 없는 인간이기에 더 슬프다.

쉽게 인정하기 힘들기에 더 슬프다.

무슨 거창한 사랑도 아니고 색(色) 때문에 여인의 마음이 넘어간다는데 쉽게 동의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렇다고 부정하기도 힘들다. 노골적인 정사씬이 단지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홍보전략만은 아니다. 3번의 정사씬에서 보여주는 탕웨이의 복잡 미묘한 표정들, 뱀처럼 자신의 심장을 파고든다는 절규, 기껏 남자의 계()를 풀어놓고 색(色)에의해 계()가 무너진 여인을 부정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답답하다. 그래서 더 슬픈 영화이다.
Posted by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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