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말려죽이기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 : internet  |  작성일자 : 2008. 5. 12. 07:34  |  작성자 : 점프컷
이번 광우병 이슈에서 네이버의 소극적인 대응 혹은 의도적인 외면으로 인해서 반네이버 정서가 급속도로 퍼졌고, 급기야 네이버 광고 안보기 운동까지 번졌다. 네이버 광고가 저장되어 있는 특정 사이트를 웹브라우저의 설정에서 차단시켜 버림으로서 네이버의 광고만 빼고 컨텐츠만 보자는 운동이다.

인터넷의 대중화로 인해 소비자 권리가 한층 강화되었다. 상품평을 공유하고, 기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불매운동까지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네이버 광고를 차단하자는 운동 역시도 이런 소비자 권리를 위한 운동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전통적으로 이용되던 불매운동과는 성격이 다르다는데 있다. 불매운동을 네이버에 적용하면 네이버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네이버를 이용하면서 네이버의 광고만을 차단하자는 운동이기에 왠지 찌질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즉 이걸 과연 정당한 소비자 권리를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는지 하는 문제다.

네이버 광고차단 운동은 단순히 웹브라우저의 설정만 수정하여 네이버 광고가 저장된 특정 도메인을 막아버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파이어폭스 애드온으로 제작된 그리스몽키와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부분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광고차단이라는 방법은 전통적으로 웹브라우저를 좀더 가볍게 사용하기 위한 팁으로서 활용되어 왔다. IE Toy와 같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애드온 프로그램 역시도 광고차단 기능을 갖추고 있고, 구글 애드센스 광고를 차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나와있다. 모두 대중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프로그램들이고 광고차단은 사용자들의 선택할 수 있는 정당한 행동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럼 소비자 권리를 위한 행동으로 지금까지 별 문제없이 사용되던 방법을 응용했을 뿐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라는 반문을 할 수도 있다.

논리적으로 네이버 광고차단운동에 대해서 비판을 가하기기 힘들다. 서버를 해킹하는 것도 아니고 웹브라우저라는 클라이언트 영역에서 편집해서 사용하는 것이기에 이건 어디까지나 사용자들의 선택이다.

유일하게 이 방법에 태클을 걸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차라리 네이버를 이용하지 말아라"라는 다소 감정적일 수 있는 반론뿐이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컨텐츠가 맘에 안들어서 네이버에 대해서 소비자 권리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네이버 자체를 이용하지 않으면 되지 않는가?라고 하지만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컨텐츠라는 것이 컨텐츠 생산주체가 혼재되어 있기에 이 역시 그다지 논리적인 반론이 되기 힘들다.

이번 광우병 이슈에서 문제가 된 것은 메인에 배치되는 뉴스 컨텐츠이다. 반면 네이버 메인의 뉴스 선택에는 반대하지만 네이버의 지식인은 사용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네이버 지식인 같은 경우는 경쟁 서비스가 없다고 할 정도로 네이버만의 강점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가 싫어도 네이버 자체를 이용하지 않기에는 불편함이 있다.

만일 네이버 지식인의 컨텐츠가 뉴스처럼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정보라면(뉴스를 네이버가 구매해서 제공하므로) 좀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네이버 지식인의 컨텐츠는 네티즌들이 구축한 컨텐츠이고 네이버는 플랫폼만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뉴스 컨텐츠와 지식인과 같은 상호작용을 통해서 제공되는 컨텐츠를 동일한 선상에서 볼 수 없다. 그만큼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오프라인에서 통용되는 상식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즉 광고차단이라는 방법은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불매운동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럼 광고차단이 효과가 있는가?

대단히 큰 효과가 있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 뿐만 아니라 신문사 홈페이지 역시도 광고 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 주요 수익원을 차단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어떻게 효과가 없을 수 있을까?

실제로 이 운동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자 바로 네이버는 자세를 바꾸어서 광우병 관련 기사를 중점으로 메인에 배치하고 이슈화를 하였다.

만일 네이버 안보기 운동과 같은걸 벌였다면 네이버는 미동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식인과 같은 확실한 경쟁우위를 가진 서비스를 보유한 이상 네티즌들이 네이버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성 있는 대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소비자 권리 운동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불매운동과 같은 소비자 권리를 위한 운동을 펼칠때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부담없이 참여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 방문하지 않기 운동을 해버리면 기존 네이버 사용자들은 대단히 큰 불편을 겪는다. 대신 간단한 팁을 제공함으로서 광고차단과 동시에 웹브라우저를 가볍게 사용하는 효과도 덤으로 얻기에 이런 운동은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권리 찾기 운동은 계속되어질 것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광고차단이라는 방법이라는 것을 배운 이상 이 방법은 계속 애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꼭 불매운동의 형태로 광고차단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전통적으로 광고를 차단하는 시도는 계속되어져 왔다. 이점을 염두에 두고 광고를 출력하는 퍼블리셔들도(블로그도 포함된다) 사용자들이 광고를 차단하는 행동까지 가기전에 스스로 소비자의 효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광고를 집행하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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