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야구 왜 이토록 강할까?

카테고리 : sports  |  작성일자 : 2008. 8. 25. 17:07  |  작성자 : 점프컷
WBC때 2승 1패,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2승, 토탈 4승 1패

최근 굵직한 국제대회 한일전 성적이다.

WBC 나 베이징 올림픽에서 양국 모두 선발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최정예 멤버로 붙었으니 진검승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올림픽에서는 한국프로야구는 중단하고 진정한 베스트를 뽑았고, 일본은 프로야구를 강행하면서 상대적으로 약간 소홀한 모습을 보였으나 최정예 멤버라고 표현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이런 진검승부 상황에서 일본에 비해 한수 아래라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4승 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었다.

1. 야구공은 둥글다

"공은 둥글다는 말"은 모든 구기종목에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약간의 실력차이가 있어도 극적인 승부가 연출되는게 스포츠이고,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이 스포츠이다.

야 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투수의 활약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축구같은 경우는 특정 선수 한명이 맹활약을 펼친다고 전체 경기 흐름을 바꾸기 어렵지만 야구는 가능하다. 특히 그 한명의 선수가 투수인 경우 얼마든지 이변이 일어날 수 있는 스포츠가 야구이다.

우리가 일본에게 이긴 4경기를 다시 생각해봐도, 어떤 경기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투수진의 호투였다. 만일 이번 올림픽 대만전에서 처럼 8대0으로 이기고 있다가 투수의 집중력이 흐트려져 버리는 경우가 나왔다면 일본이라는 탄탄한 전력을 갖춘 팀에게 이기기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일본을 이긴것과 마찬가지로 약체로 분류되었던 중국과의 경기에서 고전한 것도 중국 투수진의 예상외의 호투였었다.

투수가 실투를 해버리면 다른 야수들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이승엽의 극적인 8회 2점 홈런이 터졌을때 다른 8명의 야수는 펜스뒤로 넘어가는 공을 쳐다보는 것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처럼 순간의 작은 차이에서 승패가 결정날 수 있는 것이 야구이기에 다른 구기종목보다 좀더 극적인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야구가 국가대항전이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무래도 야구를 잘하는 나라가 한정되어 있으니 국가간의 실력차가 너무 나서 흥행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 이었다.

시종일관 각본없는 드라마를 펼치면서 "야구공은 특히 더 둥글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려준 우리 대표팀의 모습에서 그런 시각은 조금 변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2. 정상급 선수들의 실력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

리그 전체적인 수준으로만 보면 일본이 단연 우리나라보다 앞선다고 할 수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일본은 비슷한 수준의 대표팀을 여러팀 만들 수 있지만 한국은 이팀 하나밖에 없다는 식으로 양국간의 야구 인프라를 비교하기도 한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일본과 쿠바전에 내놓을만한 투수는 김광현, 류현진, 정대현 정도 였었다. 물론 일본전에서 윤석민이 1이닝 마무리를 하긴 했지만 일본, 쿠바와 같은 팀을 상대로 긴 이닝을 책임져줄만한 투수로는 개인적으로 이 3명외에는 좀 힘에 부친다고 본다.

그러나 이 3명의 투수가 보여준 모습은 일본, 쿠바팀의 에이스들과 거의 실력차이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약간 우세하다고 할만큼 좋았다.

그리고 올림픽에서 "전승우승"이라는 믿지 못할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타선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준결승 일본과의 대전에서도 이승엽의 한방을 제외하더라도 일본 에이스급 투수들을 끊임없이 몰아부치는 모습을 보였고, 결승 쿠바전도 마찬가지 였었다.

수비의 비중이 높은 유격수와 포수 포지션을 제외하고는 소위 "쉬어갈만한 타자"들이 없었다. 대타요원들까지 날카로운 타격을 보여주면서 진정 강팀의 모습을 선보였다.(개인적으로 느끼는 거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타선의 힘은 쿠바, 한국, 일본 순이지 않나 싶었다.)

야구든 어떤 스포츠든 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그 차이는 더욱 미묘할 수 밖에 없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100미터 달리기 성적이 3,4초 정도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런 차이가 나올 수가 없는것과 마찬가지다.

3. 한국 야구의 상향평준화

정상급 선수들의 실력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비슷한 레벨이었을때나 가능한 말이다.

한때는(한일 슈퍼게임 첨 할때만 해도^^;) 일본 투수들의 공이 마구처럼 보일때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 선수들이 인터뷰할때도 자주 거론하지만 일본 투수들이라고 해도 이제는 별 차이를 못느낀다고 말한다.

리그 평균적인 수준이면 몰라도 정상급 선수들로 한정하면 일본과 별 차이를 못느낄만큼 우리야구는 분명 발전했다. 예전처럼 리그를 압도하는 스타선수들이 적어서 우리야구의 발전을 쉽게 체감하지는 못하지만 분명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졌다고 봐야한다.

일본에서 은퇴한 장명부 선수가 리그를 가지고 놀던 시절을 지나치게 그리워 해서는 안된다. 많은 이들이 향수에 젖어서 지난 우리 야구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야구 지금까지 쉬지 않고 나름 발전해왔다.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용병제도를 비롯한 야구의 국제화를 꼽고 싶다. 용병제도가 우리 선수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문제가 있지만 경기력 향상에서는 그 공헌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특정 리그에는 리그 특유의 특성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투수들이 사용하는 구질 역시도 그렇다. 잘 먹히는 구질이 있으면 어린 선수들은 그 구질을 배울려고 집중한다. 그러나 외국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좀더 다양한 구질이 대거 소개되었고, 이는 곧 우리의 야구로 흡수되었다. 타이론 우즈 같은 선수가 컴팩트한 스윙으로도 담장을 쉽게 넘기는 것을 보면 다른 선수들도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관점이 변하기 마련이다.

미국야구가 강하기 보다는 메이저리그가 강하다. 메이저리그는 세계각국에서 야구 잘한다는 선수들이 서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성장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용병제도에 대한 생각은, 현재 팀당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데 야수 쿼터는 한장으로 제한하고(우리선수들 밥그릇 너무 뺏어도 안좋으니) 투수 쿼터는 대폭 늘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용병 연봉 상한선 이런것도 없애버리고...

4. 남겨진 과제

올림픽 중계에서도 허구연 해설위원이 몇번 이야기 했듯이 이 성과가 그대로 국내야구 발전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크게 보면 야구장 문제와 저변확대의 문제인데 야구장 문제는 팬들의 성원만 있으면 좀더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건 야구의 경제성보다는 정치적인 문제다.(솔직히 경제성으로만 따지면 매년 적자내는 프로야구 접어야 한다^^;) 유달리 국가대항전을 좋아하는 국민정서가 있기 때문에 국제대회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두어 온다면 정치적인 이유에서도 지자체들이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제는 야구 저변을 늘리는 것인데...이건 말처럼 쉽지 않다.

늘 비교하는게 일본과 한국의 고교야구 숫자인데, 이건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일본이야 생활체육의 바탕이 갖추어진 상태고 우리는 생활체육이라는 것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형식적으로는 대부분의 고교에 야구부가 있다. 나 역시도 고등학교 다닐때 야구부였던걸로 기억한다. 1주일에 한시간 특별활동 시간에 하는 그 야구부...물론 그 한시간도 자습으로 때우지만...

일본처럼 저변을 늘릴려면 이걸 손대야 하는데, 이건 단기간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문제이다. 교육문제와 생활체육 문제가 얽혀있기에 이 부분은 일본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차라리 위에서 말한대로 용병제도개선과 같은 방법을 통해서 국내야구의 수준을 높이는게 좀더 현실적이다.

어쨋든 올림픽 야구에서 정말 기적같은 드라마를 쓰고 왔는데, 선수들이 땀흘려 이룬 성과들이 그대로 국내야구의 발전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Posted by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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