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할머니와 구글

카테고리 : internet  |  작성일자 : 2008. 2. 29. 12:48  |  작성자 : 점프컷
드라마나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을 보면 종종 욕쟁이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고객은 왕인데 고객한테 욕을 해대죠. 근데 신기하게도 이런 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맛이 아주 좋거나 가격대비 충분한 맛을 제공하기 때문이겠죠. 설마 욕을 듣고 싶어서 굳이 그집을 찾아가는건 아니겠죠?

물론 욕을 듣고 싶어서 그집을 찾아간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고객에게 그렇게 불친절하게 하면서도 장사가 잘된다는 것은 불친절함을 충분히 극복하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죠. 물론 식당에서 그 무엇은 음식의 맛이겠구요. 욕쟁이 할머니집이다라고 소문난집에 한번 가보고 싶은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이런 기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서비스? 그딴거 필요없어 식당이 음식만 맛있으면 되지

...라는 투박한 고집이 먹히는 겁니다. 꼭 욕쟁이 할머니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기있는 맛집을 보면 의외로 허름한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서 화장실도 개선하고 식탁도 좋은것 들여놓고 서비스에도 좀더 신경쓰면 좋을텐데 이런 부분을 무시하고 식당에서 제공할 수 있는 핵심서비스인 음식의 맛에만 집중하는 겁니다.

구글이라는 회사도 유저들에게 굉장히 불친절한 회사입니다. 애드센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블로그들이 구글에 대한 반감을 가지는 것도 불친절한 응대때문이죠. 애드센스를 단 블로그라면 일종의 파트너인데 물어봐도 기계적인 대답만 하고 짜를때도 별다른 이유를 붙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구글에서 내놓는 서비스들의 UI도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심플한것이 최고다는 말을 인정한다 쳐도 좀더 깔끔하게 해주면 될거 가지고...라는 불만이 나올만하죠. 저도 이메일부터 구글리더, 구글독스 등 많은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용할때마다 UI 좀 더 편하게 하면 안되나? 하는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구글이 많은 유저들을 가지고 있는건 서비스가 좋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비롯해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검색서비스로 자리잡았는데 기존 인터넷 강자였던 야후가 이런 저런 서비스들을 손댈때 오로지 유저들이 원하는 검색결과 한 부분에 집중해서 성공을 거두었죠. 구글의 화면이 고집스럽게 바뀌지 않는건 돈을 덜 벌겠다는 의지보다는 유저들이 원하는 검색결과에만 집중한 결과죠.

애드센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애드센스와 롱테일 효과에서 언급한것처럼 애드센스는 일종의 롱테일 경제를 구현하는 광고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가 말이 쉽지 구글과 같이 검색쪽에 노하우가 쌓여있지 않으면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서비스입니다. 국내에도 애드클릭스가 거의 비슷한 모델로 선보였지만 애드센스의 경쟁자로 성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면을 노출했죠. 기술력의 차이가 너무 나고 롱테일을 추구하는 광고네트워크에는 프로세스의 자동화, 컨텐츠 매칭문제, 부정클릭, 수익성 추적 등 많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내놓는 서비스들은 대부분 자사의 핵심역량인 검색기술과 관련이 있습니다. 구글맵 역시도 구글 검색과 분리되어서 존재한다면 이처럼 방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겠죠. 구글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여전히 야후와 같은 포털과 구분되는 점은 검색이라는 핵심을 부여잡고 이를 활용해서 서비스를 다양화 시키기 모습입니다.

야후의 판타지 스포츠는 검색과 별 관계가 없는 서비스입니다. 그러나 구글이 내놓는 서비스는 대부분 검색을 비롯한 구글의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것은 결국 기술력의 차이로 결과가 나타납니다. 야후가 내놓은 다양한 서비스들이 신생기업에게 밀릴 수 있지만 구글의 서비스들은 신생기업이 덤비기에는 너무나 높은 기술장벽이 쳐져있습니다.

구글맵이 좋다고 야후나 MS를 제외하고 누가 "타도 구글맵"을 외치면서 경쟁할려고 할까요? 선택과 집중전략의 가장 큰 힘은 집중화로 인해서 쌓여버리는 기술력이라는거죠.

일부에서는 "악해지지 말자"는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구글의 이미지에 혹해서 구글찬가를 불러대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불친절한 구글씨의 진짜 힘은 이런 우직한 집중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osted by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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