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터넷, 기본으로 돌아가자

카테고리 : internet  |  작성일자 : 2008. 4. 19. 11:08  |  작성자 : 점프컷
IT강국, 특히 인터넷 인프라와 참여도는 인구나 경제력 대비해서 아주 앞서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광고시장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미국, 영국, 일본, 중국 정도밖에 없죠.

그러나 인터넷 산업은 이렇게 규모가 있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원칙은 없고 허점투성이인 날림공사로 이루어진 모래성입니다.

이제는 웹표준 말하기도 지친다

웹표준 좀 준수하자는 말이 도대체 언제부터 나왔나요?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조차도 IE에서만 정상적으로 접속할 수 있죠. 인터넷 실명제니 하면서 씨잘데기 없는 법은 잘도 만들더만 웹표준 준수 규정같은건 왜 안만드나요. 법제화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만큼이라도 웹표준 준수를 의무규정으로 만들어 버리면 단기간에 개선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미 액티브 엑스를 덕지덕지 발라나서 바꾸기 힘들다면 언제까지 안바꾸고 버틸겁니까? 시간이 흐르면 더 바꾸기 힘들죠.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저작권

물론 저도 디지털 시대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저작권법에 대한 불만이 있습니다. 지나친 저작권 규제는 인터넷을 위축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가져줘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레퍼런스 사이트가 거의 없죠. 만들어봤자 포털의 DB로 다 퍼날라지니 말이죠. 제 블로그에 왼쪽 하단에 보시면 Hooney님이 만든 CSS 레퍼런스 사이트의 배너가 있습니다. 물론 제가 개인적으로 참고할 용도로 붙혀놨는데, 참 국내에서 찾아보기 드문 사이트죠.

이게 다 펌질 문화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블로그에는 저 레퍼런스 그대로 퍼날라져 있을겁니다. 필요하면 링크를 하면 되지 자기 블로그로 퍼날라 버립니다.

포털이 접수해버린 인터넷

최근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펴낸 보고서 [웹2.0시대 디지털 콘텐츠의 사회적 확산 경로 연구]를 보면 "일상적 웹활동의 포털화"(“portalization")에 대한 지적이 나옵니다.

웹은 기본적으로 개방적인 공간이며, 초창기 웹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 또한 웹의 개방성에 따른 평등하고 자유로운 참여 가능성에 주목했지만 한국에서 웹사용은 이 같은 흐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웹상의 정보라는 무형의 재화는 누군가에게 드러나고 읽히지 않으면 그 가치를 잃고 사장되기 마련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포털사이트에 대한 웹의 종속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포털에서 검색하고 포털에서 스크랩하고 포털에서 이메일을 보내는 행태는 한편으로 사용자의 편의가 극대화된 것일 수 있으나 다른 한편 네티즌들로 하여금 다른 사이트로 가지 못하도록 하는 포털의 완결성과 폐쇄성 정책 때문이기도 하다. 2006년 이후로 포털에 대한 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포털의 시장 독점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나 포털의 미디어적 성격에 관한 것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정부는 일상적 웹활동의 포털화(“portalization") 가 미치는 사회문화적 영향에 대해서도 좀 더 사용자 중심적 시각에서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포털의 기본 기능이 관문 역할인데, 좋은 사이트를 연결해주기는 커녕 불펌을 유도해서 자사의 DB에 컨텐츠를 채워넣기에 바쁩니다.

덕분에
한국에선 더이상 사업기회가 없다는 말까지 나오죠. 기사에 따르면 최근에 만들어진 사이트 중에서 상위권에 진입한 사이트는 티스토리 달랑 하나라고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웹2.0을 외치고 있습니다.

옥션 해킹사건으로 드러나 보안의식

옥션 해킹사건을 단지 옥션의 문제로만 볼게 아닙니다. 일상적으로 뚫리지만 이걸 신경쓰지도 않는 우리나라 전체 사이트의 보안의식을 돌아봐야죠. 역시 정부차원에서는 개인정보보호나 보안에 관심이 있나? 하면 그것도 아니죠. 씨잘데기 없는 실명제나 추진하고, 주민등록번호 대체는 지지부진하고 관공서 홈페이지는 어떨까요? 간단하게 뚫리는 홈페이지 널려있습니다.

홈페이지를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보안까지 신경쓰는 것이 사치로 여겨지는게 현실입니다. 누가 올지도 모르는 사이트 보안까지 신경쓰면서 언제 개발할래?라고 말하죠. 사이트가 활성화되고 뜨면 보안에 신경쓸까요?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었다고 그냥 가죠.

이건 기본과 원칙의 문제

이런 문제점들이 단순히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기본과 원칙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문화속에서 필연적으로 불거져 나오는 문제입니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기는 힘듭니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찾다보면 정말 지키기 힘들죠.

웹표준 좋은지 누가 모릅니까? 그러나 당장 웹표준을 준수하면서 개발할 인력을 구하기도 힘듭니다. 이런 인력을 구하거나 기존 인력을 교육시키는데는 비용이 발생하죠. 누가 뭐라하지도 않는데 굳이 비용을 들이면서 개선하지 않습니다.

저작권 역시도 사실 지키면 불편합니다. 그냥 자기 블로그에 괜찮다 싶은거 긁어와서 정리하면 다음에 참고하기도 편합니다. 저도 CSS 레퍼런스 링크 걸지않고 필요한것만 긁어와서 블로그에 저장해놓고 참고하면 더 편하겠죠. 포털 사용자 입장에서도 검색하면 펌질한 정보가 바로 딱 나와버리는게 편하구요. 펌질해도 펌질 정보를 채워서 검색결과에 뿌려줘도 누가 뭐라하지 않는데, 게다가 포털입장에서는 이걸 사용자들이 좋아하는데 왜 마다하겠습니까?

보안문제는 더 지키기 힘듭니다. 작은 사이트라도 보안문제까지 신경쓰면서 운영할려면 필요한 인력이 더 있어야 합니다. 서버관리 이거 해보면 정말 힘듭니다. 그리고 서버관리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죠. 포털 사이트나 따로 전문인력을 배치해서 관리할까 대부분 주먹구구식으로 프로그래머가 다 처리하죠.

그러나 힘들어도 지켜야 하는게 원칙입니다. 힘들지만, 다소 비효율적으로 느껴지지만, 다소 불편하지만 그래도 지켜야 하는게 원칙이라는 거죠.

지금 당장은 웹표준을 준수하면서 개발하는 것이 힘들지만 이게 노하우가 쌓이면 오히려 개발하는 속도가 더 붙습니다. CSS로 체계적으로 설계해서 사이트의 컨텐츠와 디자인을 분리해놓으면 사이트를 확장시키거나 리뉴얼할때도 훨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죠.

펌질 정보를 이용하는 것 역시도 장기적으로 보면 이용할 수 있는 컨텐츠를 잃어버리는 행위입니다. 당장은 불편하지만 가능한 원문 링크를 존중해주어야 컨텐츠를 애초 생산한 곳이 주목을 받고, 이로인해 보다 양질의 컨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불편해도 참고 원칙을 지키면 이용할 수 있는 컨텐츠가 늘어납니다.

옥션 사건만 봐도, 나는 피해를 입었으니 집단소송에 참가해서 얼마라도 받아야 겠다고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순식간에 집단소송 추진하는 카페에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그러나 이참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생각해보자는 말에는 별 관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소읽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있죠?

이런문제들이 심각한 사고를 쳐야 그제서야 관심을 조금 가집니다. 순간적으로는 급흥분하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금방 잊어버리고 기본과 원칙은 무시한체 편리함과 효율성만 쫓습니다.

제가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것일 수 있지만 지금 우리 인터넷, 이미 소는 잃어버렸습니다. 인터넷은 국경이 없다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국경이 심하게 쳐져있죠. 글로벌 서비스의 무덤이라는 말이 좋은말이 아닙니다. 우리 사이트들이 경쟁력이 있어서 글로벌 서비스들이 맥을 못추는게 아니라,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려서 글로벌 서비스들이 적응을 못하는거죠.

이제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합니다. 외양간마저 무너지기 전에 말이죠.
Posted by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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